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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칸 퍼레이드 2019] 칸쑈네 : 타고난 버라이어티

by My Night At Maud's 2019.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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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M도 가겠다고 해서 약속 장소를 상수동 오보이매거진으로 정했다. 갖고 싶은 공간. 잡지를 보고 음반을 만지고 비누 앞에 섰을 때 M이 도착하였다. 낯익은 인물도 함께 보였다. 김현성 편집장(사진작가). 흠모하던 분이었는데 인사를 나누고 긴 대화도 할 수 있었다.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명함을 받았다.

 

김현성 편집장이 챙겨주신 엽서와 명함 그리고 전시 팸플릿

전시 투어 초반부터 좋은 기운을 잔뜩 받았다. 둘은 약간 흥분한 상태로 탈영역우정국으로 향했다. 볼이 상기된 채 M이 전시장으로 안내했다. 탈영역우정국은 익히 들어봤는데 처음 가보는 곳. 아파트 복판에 옛 창전동 우체국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갤러리가 보였다.

 

마포 전시 투어를 함께한 M

‘칸 퍼레이드 2019 <칸쑈네 : 타고난 버라이어티>’(2019.12.6–12.22)는 ‘칸’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전시다. 사전적 의미인 ‘사방을 둘러막은 일정한 테두리의 안’에 펼쳤을 칸초네(canzone) 같은 자유로운 형식의 다양한 작품을 기대했는데, 실로 만화적 칸을 깨는 흥미로운 작품이 이어졌다.

 

이은새, <분수대 앞 기념(비)>, 캔버스에 유채, 2019

핫하다는 이은새 작가의 독특한 그림도 마주하고 M이 사인받았을 정도로 좋아한다는 전현선 작가의 그림도 처음 보았다. M의 안내가 있어 지하와 2층으로 이어지는 칸 여행은 더욱 재미있었다.

 

박광수, <숲에서 사라진>, 종이에 잉크
<숲에서 사라진> 부분

칸 여행 중 나를 가장 오래 붙들고 있던 것은 박광수 작가의 드로잉 작품이었다. 작품 앞에 서면 파편화된 숲이 펼쳐진다. 숲이 가지는 매혹과, 수반되는 실종 사건을 매우 좋아하기에 침을 삼키게 하였다. 작가는 거대한 칸 속에 무수한 칸을 만들고 장면 장면과 조망하는 시점을 두루 숨겨 놓았다. ‘손이 지나간 자리’(천 원에 M으로부터 이 표현을 샀다)에는 시·공간과 미스터리한 사건이 숨어 있다. 선의 여정은 움직임과 굵기에 따라서도 읽히기에 그 손/선을 따라가는 사유의 여행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앞으로 박광수 작가의 전시는 무조건 가기로 한다.

 

이번 <칸쑈네 : 타고난 버라이어티> 전시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캔버스 회화 작품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애초 이 그림들은 칸보다 캔버스가 먼저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시 설명에 만화적 칸을 넘어선 다양한 칸의 의미를 다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칸의 영역을 좀 더 좁혀 전시가 기획되었다면 좀 더 흥미로운 칸의 무대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

 

*M이 알려준 혁오의 TOMBOY M/V를 나중에 보았다. 콜라보로 이루어진 박광수 작가의 드로잉 애니메이션 역시 숲의 매혹과 실종이 단서처럼 들어있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최지욱, 구구절절한 고백, 롤지에 디지털 프린트, 2019

*23팀의 ‘칸’_ 권민호, 람한, 박광수, 박순찬, 심규태, 심대섭, 옴씩코믹스, 우연식, 우정수, 유창창, 윤상윤, 이우성, 이우인, 이윤희, 이은새, 이일주, 이재옥, 장파, 전현선, 조문기, 최지욱, 하민석, VCRWORKS.

 

조문기,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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